대회 주에 '1식이요법'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엄청난 고민에 빠진다. 사실 식이요법은 돈도 많이 들어가고 힘들다. 먼저 식이요법 따위 하지 말고 도전해보자! 생각하고 기본 평식으로 가봤다. 수요일부터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폭풍흡입을 했다. 100km는 어떻게 먹으면서 가야될지 몰라서 주변 인물들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시간은 이미 대회 전날... 그냥 풀코스 하는 방식대로 도전해본다.
1.식이요법
장거리를 달리는 주자는 체내에 글리코겐(에너지물질)을 다 다량으로 축척하여 주자 달리는 동안에 스테미너의 고갈을 방지하는 방법입니다. 탄수화물에는 밥,빵,감자류,면류등의 음식이 있습니다.
[애너지잴 + BCAA 시간당 이렇게 먹고 충분한 물과 CP의 공급되는 바나나 및 기타 열량을 섭취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출발 - CP1 (13.2KM)
먼저 주변 경쟁 상대를 둘러보았다. 심선배님 그리고 TNF 소속 일본선수이다. 난 아는게 없다.(대회 전날 알펜시아 저녁초청식이 있었다. 50K와 100K 선수들의 식사가 제공. 그곳에서 동갑친구 지섭이를 만났다. 그 친구의 정보 덕분에 일본 선수를 알게 되었다.) 그냥 잘뛰는 선수 2명이 보인게 전부이다. 또 내가 알지 못한 누군가와 경쟁할 수도 있다는걸 잊지 않았다. 아침에 너무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아침밥을 먹지 못했다. 대강 애너지바 1개로 배를 채운다. 부족한게 틀림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회장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한산하고 제한 인원 때문인지 몇 명 없어 보였다. 해외 원정 선수들이 보인다. 역시나 울트라 쪽은 젊은 사람보다는 연륜이 있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눈에 보였다. 어떻게 레이스를 펼쳐야 될지 감이 안 잡힌다. 출발은 6시! 이제 곧 출발 소리와 함께 모든 러너들이 긴장의 끈을 살짝 풀면서 머리와 다리만 의지한채 속전속결 후다닥 뛰어간다. 자... 시작과 끝만 바라보면 된다. 나는 선두로 뛰어간다. 이게 맞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대략 400M 차이가 났다. 대충 대회장에서 ‘오목골’ 까지 4~5km 정도 거리가 된다. 첫 느낌은 아주 좋았다. 순조롭게 산에 올라가 여유 있는 레이스를 즐겼다. ‘고루포기산’에 도착하면서 촬영팀들을 만난다. 나보고 ‘심재X’선배님 이냐 물어본다. 순간 우승 후보가 심선배님으로 확정진건가? 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유력한 우승후보는 심선배님인건 분명하다. 화려한 경험과 경력을 무시못하기 때문이다. 난 첫 레이스라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었다. 정상에 도착하고 시원하게 내리막을 쏘아 내러간다. CP 1 ‘닭목령’ 까지 78분이 걸렸다. 충분히 물을 보충하고 다시 언덕을 올라간다. 살짝 허벅지에 쥐가 올려는 느낌도 받는다.
CP1 - CP2 (27KM)
대체적으로 길이 좋아보였다. 오솔길이 90%정도 되어보였다.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중간 풀이 많아 허벅지가 쓸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거... 상처가 나겠는걸... 대회전날 타이즈도 입을까 고민했지만 불편함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남자답게 상처가 날걸 예상하면서 레이싱팬츠를 입고 뛰었다.(대회 후... 엄청난 후폭풍이 찾아온다. 풀독!) 아직까지 몸상태는 매우 좋았다. 10분에서 20분 간격으로 물을 공급하면서 나의 다리를 의지하면서 뛰어갔다. CP2 '십당령' 까지 2시간 55분 걸린다. 여기까지 대략 27km.
CP2 - CP3 (35KM)
'두리봉 갈림길' 까지 길이 정말 안좋다. 돌이 너무 많아서 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돌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다. 순간 작년에 ‘화대종주’ 헬 내리막길이 생각난다. 최대한 여유를 갖으면서 뛰어나갔다. 여전히 컨디션을 좋아보였다. 가끔씩 뒤를 쳐다보면서 누군가 따라오지 않나 확인을 해본다. CP3에서는 물만 제공된다는 얘기들 들었다. 도착하기 전까지 물을 다 먹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수분을 공급해 줬다. 나는 남들보다 몸에 열이 많기 때문에 수분 공급에 아주 많은 신경을 썼다. 대회 전 이틀전부터 ‘2.워터로딩’ 물을 하루에 3L이상(그냥 자주 많이) 먹는 것을 말한다. 워터로딩을 안하게 되면 빨리 퍼지고 힘이 두배로 들어간다. 그래서 물을 자주 먹는다. CP3에 도착하자마자 물을 빠르게 먹는다.
(water loading, 워터 로딩) 2.운동 경기 전에 일정한 수분을 섭취함으로써 탈수 증상을 막고 정상적인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새로운 신체 조절법.
CP3 - CP4 (45KM)
갑지기 물을 급하게 먹어서 그런지? 가슴이 땡기는 느낌을 받는다. 위가 뒤틀린건지 이상했지만 별 생각 없이 10KM 내리막 구간을 빠른 속도로 뛰어간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10분쯤 달렸을까? 송곳으로 찌르는듯한 고통이 아랫배 오른쪽에서 느껴진다. 아 뭔가 잘못되어가는구나 느낌을 받는다. 여기서 심각하게 도끼로 배를 찌르는 두 번째 고통을 받으면서 뛰지 못하는 상황까지 온다. 순간 뒤를 쳐다보면서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아픈 고통을 씻어낸다. 순간 ‘포기’ 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총 3회의 설사를 하면서 많은 수분이 배출되었다. 시간도 많이 까먹었고 뛰다&걷다를 반복하였다. 5KM쯤 내러왔을 때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다 다를까 심선배님이 힘차게 내러오는 것 이였다. 아... 이제 말려들어간다 혼자 가슴이 아파온다. 숨을 깊게 들어마셨다가 내 뱉으면서 힘차게 뒤를 쫓아갔다. 아픈 배를 쥐어짜면서 급격하게 빨라지는 심선배님의 페이스에 몸을 맡긴다. 나의 숨을 거칠어지고 땀이 식어간다. 빨리 CP4가 보이길 기도하면서 심각해져가는 몸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느덧 CP4에 도착하면서 나는 큰소리로 ‘의료팀 좀 부탁드립니다’ ‘저기..저기 제가 배아 너무 아파서 설사를 너무 많이 했어요. 진통제 좀 주시면 안될까요?’ 물어봤다. 거기에는 진통제는 없고 지사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거라도 빨리 주시면 안될까요 심각해요.’ 거기 자원봉사 어머니께서 ‘많이 안좋으면 레이스를 포기하는게 어떨까요?’ 포기라는 단어가 들리자 마음이 약해진다. 어떻게 할까? 계속가야되나 말아야되나 눈빛이 흐릿해져만 간다. 이런 레이스는 처음이라 결단력이 흐트러져만 간다. 심선배님은 모든 준비가 끝난 듯 나에게 말 한마디만 하고 떠난다. ‘한민씨 저 먼저 갑니다.’ 나는 빠른 속도로 약을 먹는다. 순간 머릿속에 아침을 안 먹어서 이런 현상이 오는건가? 나에게 의문을 던져본다. 나는 원래 레이스 중간에 바나나 및 바울토마토를 먹지 않는다. 여기서 나의 손이 막... 바나나와 방울토마토로 가면서 허겁지겁 목구먹으로 쑤셔 집어넣었다. 아냐 아냐 나에게는 포기란 없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다시 CP5를 향해 달려나간다.
CP4 - CP5 (56KM)
나의 인생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여기서 겪게 된다. 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받으면서 뛰어야 되는지 모르는 상황이 들이닥친다. 이 고통을 나 혼자 느끼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심선배님 뒤를 쫓아가면서 미안한게 자쭈 끙끙대고 거친 숨소리 때문에 혹시 레이스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미안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힘든 구간인 ‘칠성산’ 구간에서 많은 양의 물을 먹게 된다. 뒤는 생각 안하고 5분 간격으로 물을 마시면서 갔다. 그러다보니 갖고 있던 물은 바닥이 났다. 머릿속에 ‘탈수현상’ 단어가 생각이 난다. 평소에 탈수현상 극복 훈련까지 했었다. 혼자 로드에서 43km를 물 없이 뛴 경험을 생각하면서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계속 마음속으로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흐느껴 보았다. 역시나 다를까 목이 타는 느낌을 받는다. ‘칠성산’ 지나 내러가는 구간이다. 아직까지 4~5km는 남아 보인다. 근데 물은 없고 미치고 팔짝 뛸 노릇. 1차적으로 안 아프던 두통이 찾아온다. 물이 먹고 싶어 죽을지경인데... 갑지기 콜라가 땡기는건 뭐지? 이 생각이든다. 평소에 나는 탄순음료를 전혀 안먹는다. 근데... 콜라가 땡겼다. 아놔~ 헛 웃음을 치면서 레이스에 집중을 했다. 가슴속이 답답해진다. 이건 42.195km 뛰는 고통에 3배 이상이였다. 뭔가 다른 영역인거 같았다. 순간 심선배님이 대단해져만 갔다. 뒤 쫓아가면서 계속 지켜본 심선배님의 모습은 ‘여유’가 있어보였다. 무언가 쪽지를 읽는 모습도 봤고 레이스를 즐기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혼자 와~ 와~ 평소에도 존경했지만 이분은 왠지 뭔가 모르게 울트라틱한 포스가 느껴졌다.
고통은 호전될 생각을 안한다. 순간 누군가에 퍽 맞은듯한 느낌과 동시에 비출혈이 발생! 포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다시 맴돌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죽는건 아닌건지? 혼자 별에별 생각을 다한다. 난 죽기에는 아직 어리고 안해본게 너무 많은데... 웃긴 얘기지만 혼자 뛰면서 별에별 상상을 한다. 코피를 손으로 닦으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CP5까지 갔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코피 코피 이거 이거 여기 여기 좀.... 하면서 물로 씻어내고 수분을 빠르게 보충했다. 바나나 뭐 뭔가 보이는건 그냥 먹었다. 난 119구급팀들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별에별 소리를 다들었다. 내가 조치를 받는 동안 심선배님은 먼저 레이스 모드로 진입한다. 56KM 까지 왔는데... 포기란 내 인생에 없다! 여기서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 꼴등하는 한이 있더라도 마지막 피니쉬라인까지 가겠다는 일념하나로 무거운 다리를 주먹으로 툭툭쳐서 다시 일어났다.
CP5 - CP6 (64KM)
2KM 뛰었을까 먼저간 심선배님이 되돌아온다. ‘여기 표식이 없어요. 뭔가 길이 잘못된 것 같다.’ ‘어? 여기 맞을거에요.’ 아마도 등산객들이 표식을 제거한 모양이다. ‘신재생애너지’ 갈림길이 나왔고... 어디로 가야될지 고민에 빠진다. 오른쪽? 왼쪽? 일단... 오른쪽으로 가보죠. 확신이 없는 길로 진입한다. 가면 갈수록 의문에 빠진다. 여기가 맞나? 아닌가? 나와 심선배님은 더 이상 이길이 아닌걸로 판단하고 전화를 꺼내 대회측에다가 걸어본다. 심선배님 왈 ‘심재X입니다. 여기 선두인데 길을 못 찾고 있어요. 어디로 가야되나요?’ 사실 우리는 어디로 가야될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알바’(길을 못 찾는 것을 말한다.)를 하고 있었다. 몸에 힘이 쭉 빠진다.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이건 뭔가 끝이 안보이는 길에 온 듯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다시 왔던 길을 찾아 되돌아가서 다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달려 나갔다. 다시 길을 찾고 CP6까지 갈 수 있었다.]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축 쳐져만 갔다.
CP6 - CP7 (73.5KM)
여기서부터 공포의 언덕 구간이다. 그냥 생각하기 싫다. 내가 어떻게 여길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그냥 비몽사몽 제정신 아닌 상태에서 달려갔다. 대략 70KM 까지 심선배님과 같이 갔고 몸 상태가 더 안좋아져서 먼저 가시라고 손짓을 날렸다. 걱정은 두배... 같이 의지하면서 달렸는데... 동행하는 사람이 없어졌다. 이건 선의의 경쟁하는 레이스지만 뭔가 외로움이 찾아왔다. 골인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앞길이 컴컴해져갔다. 아직 30km가 남았어... 어떻게 가지? 아 미치겠어. 내가 왜 뛰고 있지? 내가 여기 왜 있지? 이 힘든걸 왜 하고 있지? 갑자기 하지 않은 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아 교회 요 몇 년 동안 아예 안다녔지 그래 부모님 말 잘 안들었지. 아... 나는 천국에 갈 수 있을까? 나는 결혼 할 수 있을까? 이상한 생각까지 막 한다. 1분 1초 가 마치 1년 같고 2년 같고 5년 같고 10 년 같이 느껴졌다.
CP7 - 최종 (CP8포함)
후기가 길어진다. 그냥 빨리 끝내야 겠다. ‘선저령’을 지나 다시 ‘대관령휴게소’ 까지 어떻게 온지 모르겠다. 그냥 기적적으로 왔다. 아... 지나가는 차에 타고 집에 가고 싶었다. 다리에 감각이 없어졌다. 초반에 가벼운 발걸음이 후반에 이렇게 이렇게 힘들지 너무 몰라도 몰랐어... 이건 겪어보지 못하면 모르는 일이다. 100km를 너무 만만하게 봤어. 나를 반성하게 된다. 이래서 어렇게 된거야 저래서 저렇게 된거야. 막 살로몬 활동하면서 잘 못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미안해진다. 근데 여기서 포기하면 더 볼 면목이 없어질 것만 같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골인 골인 부정적인 생각은 잊어버리고 희망적인 단어를 생각해냈다. 웃기겠지만 진짜 그랬다. 시계를 보니 오후 7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50km 주자들이 걷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가끔 50km 주자들이 응원도 해줬다. ‘화이팅 힘내세요.’
다시 힘을 쥐어짜서 마지막까지 달려나갔다. 거의 끝나갈 때쯤...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술랩형이였다. 한민아 할 수 있어 다 왔어! 이런 희망적인 얘기를 해주는 순간 가슴속에 짓눌러있는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난 레이스 하면서 운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래도 난 남자다. 사나이인데.. 울어서 되겠나? 그치만 이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나도 완주 했구나. 나도 해냈구나. 인생은 이런거구나.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많은 교훈들이 스쳐지나갔다. 모두가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니깐 힘이 났다. 모두들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더 기쁘고 나를 이렇게 튼튼하게 키워준 부모님에게 감사함을 느꼈다.